-개딸, 개구리, 마삼중, 올 선거판 정치권 신조어 유난히 많아
-신조어는 우리말 훼손에도 불구, 권위를 깨부수는 언어유희로서 의미
-청년 층 정치참여와 지방선거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으면.

김희정 아나운서(사진제공=김희정 아나운서 겸 교수)
김희정 아나운서(사진제공=김희정 아나운서 겸 교수)

봄기운이 완연한 4월이다. 코로나는 여전히 우리를 괴롭히지만 햇살은 화사하고 집 앞 공원에는 개나리가 피었다. 여의도에도 벚꽃이 만개했다. 냉혹했던 겨울이 자취를 감추었듯, 치열했던 대선이 끝났으니 유권자들의 마음에도 훈풍이 불었으면 한다. 하지만 이어진 지방선거 바람은 꽃샘추위처럼 긴장을 풀지 못하게 한다.

먼저 수도 서울을 보자. 대선에서 패한 더불어민주당은 서울시장선거에 묘안이 없다. 송영길 전 민주당대표가 출마를 해야 한다느니, 패장은 자숙해야 한다느니 당내 의견이 갈린다. 국민의힘 측 오세훈 시장은 재선에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는듯하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그다지 여유롭지 못하다. 코로나 사망자 급증으로 서울에 ‘화장장 대란’이 벌어진 것이다. 유가족들은 대부분 원하지 않은 5일장을 치르며 화장 날짜를 기다리는 상황이다. 오 시장은 사과와 함께 “부탁과 독려로 지혜롭게 넘길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는데, ‘부탁과 독려’라니 해결방안치고 몹시 궁색하다.

서울지하철에서 장애인 이동권을 두고 벌어지는 전국장애인연합회의 실력행사도 사실 오세훈 시장의 아픈 부분이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나서 논란의 블랙홀 역할을 하고 있지만 서울시의 수장은 엄연히 오 시장이다. 이렇다 할 목소리를 내지 않는 2인자 리더십에 유권자들이 의문을 제기할 법하다.

경기도는 무척 뜨겁다. 민주당은 사활을 걸었고 국힘당은 군침을 흘린다. 민주당에서 출사표를 던진 조정식, 염동연, 안민석 예비후보는 새물결당 김동연 대표와 경선 룰을 놓고 대치중이다.

‘개딸’, ‘양아들’에게 투표권을 줘야한다는 등, ‘ 개구리다’는 등 암호 같은 말들이 오간다. ‘개딸’이란 ‘개혁적 딸들’의 준말이다. 대선과정에서 국힘당이 여가부 폐지를 둘러싸고 여성유권자를 홀대한데 반발하여 민주당에 새로 가입한 젊은 여성을 가리킨다.

‘개구리다’는 경기도지사에 출마한 조정식 의원의 반전면모를 부각하는 말이다. 조정식 의원은 경기도지사에 출마한 민주당 예비후보 중 전문성과 인품이 뛰어나 ‘선비형’으로 불린다. 그런데 최근 한 동영상이 화제가 되면서 ‘조정식은 개구리다.’라는 말이 회자되고 있다. 조정식 의원이 이명박 전 대통령 시절, MB악법으로 불리는 미디어법 통과를 막고자 국회 단상에 뛰어오르는 모습이 경칩을 맞아 뛰어오르는 개구리를 닮았다하여 짧은 영상과 이미지로 공유되며 생겨났다.

‘양아들’은 ‘양심의 아들’의 준말이다. 대선패배 후 이재명과 민주당을 지키고자 새로 민주당에 가입한 젊은 남성들을 가리킨다. ‘마삼중’도 있다. 이는 이준석 국힘당 대표의 별명이다. ‘마이너스 3선 중진’의 준말로 국회의원 선거에서 세 번 탈락했지만 당대표로 자리매김한 이준석 대표의 존재감을 압축한 말이다.

올해는 유난히 정치권 신조어가 많다. 신조어는 외국의 문물을 수용하는 과정에서 외국어와 우리말이 결합해 생기거나 특정 문화계층이 특유의 감성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생긴다. 최근 정치권 신조어는 청년층의 감각을 대변하는 어휘들이 많다. 그만큼 정치에 무관심하던 젊은 세대가 정치적으로 결집하고 행동하는 경향을 반영한다고 볼 수도 있겠다.

젊은 층의 관심은 어느 영역에서든 반가운 현상이다. 하지만 우리말을 오염시키는 문제라든가 세대 간 소통을 가로막는 부작용은 우려된다. 그러나 딱딱한 정치권 분위기를 멀리서 관망하기보다 언어적 유희를 통해 헤집고 승화시키려는 의지도 비친다. 부디 정치권 신조어가 한글을 어지럽히는데 그치지 않고 기득권 정치의 권위를 부수고 유연한 사회 분위기를 만드는데 일조하길 바란다. 지방선거의 투표율이 대선 못지않게 높아진다면 결과는 긍정적이라 할 것 이다.

<필자 프로필>

KBS 아나운서/ TBS 아나운서 부장/ 숭실대 언론홍보학과 초빙교수/ 세종대 대양휴머니티 카리리지(교양학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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