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도내 종돈장서 7마리 돼지열병 항체 검출
제주도, 항원 혼입 확인, 사용 금지·긴급회수 조치 나서
10년 전 비슷한 사례 발생, 백신 안정성 두고 농가 불안감

지난달 28일 제주시  한 종돈장에서 사육하는 돼지에 대한 PCR(유전자 증폭)검사에서 돼지 열병 항체가 검출돼 방역 당국이 정밀 검사를 하고 있다.[사진=대한한돈협회제주도협회]
지난달 28일 제주시  한 종돈장에서 사육하는 돼지에 대한 PCR(유전자 증폭)검사에서 돼지 열병 항체가 검출돼 방역 당국이 정밀 검사를 하고 있다.[사진=대한한돈협회제주도협회]

(제주=국제뉴스) 문서현 기자 = 제주도가 돼지 열병 청정지역을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제주 한 종돈장에서 돼지 열병 항체가 검출되면서, 10년 전 발생한 백신 사태가 재현되는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4일 오후 3시 제주도 동물방역과는 긴급 브리핑을 열고 지난달 28일 제주시 A종돈장에서 사육하는 돼지에 대한 PCR(유전자 증폭)검사에서 돼지 열병 항체가 검출돼 방역 당국이 정밀 검사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브리핑에 나선 제주도 동물방역과 김은주 과장은 "녹십자의약품에서 제조한 일본뇌염백신에 돼지열병 항원이 혼입된 것을 확인됐다"며 "오염이 확인된 일본뇌염백신에 대해 농림축산검역본부에 유전자 검사를 의뢰한 결과 양성으로 최종 확인 됐다"고 밝혔다.

이어 김 과장은 "다만 일본뇌염백신이 항원 함량과 병원성 유무에 대해서는 현재 정밀검사 중에 있으며. 일단 관련 백신은 긴급 회수 조치를 내렸고, 5일(내일)부터 해당 업체 생산 양돈질병 예방백신(생독)에 대한 전면 반입금지 조치를 시행한다"고 알렸다.

제주도는 돼지열병 항원이 발생한 종돈장에 대한 시료채취(혈액,분변,약품 등)을 진행하고 있고, 또 결과가 나올 때까지 이동제한 조치도 취했다. 또 제주도내 양돈농가 162곳에 공급된 9055병에 대해 긴급 회수 조치를 통해 245병을 수거하고 해당 백신 제품에 대해 판매 중지도 내렸다.

# 녹십자수의약품서 제조한 일본뇌염백신에 돼지열병 항원 혼입…청정인증 차질 빚나

이번 문제의 돼지 일본뇌염백신(제조번호 122JEV01Z, 제조일자 22. 8. 29, 유효기간 24. 8. 28)]은 녹십자수의약품에서 제조한 것으로 2022년 제조분을 2023년 관납을 통해 제주시 관내 양돈농가 162호에 9055병이 공급됐다.

이렇게 납품된 일본뇌염백신은 A종돈장에서 올해 4월 경 돼지에 접종했고, 제주도는 올해 2분기 종돈장에 대한 정기검사를 진행하던 중 돼지 열병 항체를 확인했다. 당시  70두에 대한 샘플링을 진행해 그 중 7두에서 항체가 양성반응을 보였다.

이에 제주도는 그 원인을 분석해보니 지난해 접종한 녹십자수의약품인 일본뇌염백신에 돼지열병 항원이 혼입된 것을 확인했다. 

다시 말해 돼지 일본뇌염을 예방하기 위한 백신에 다른 백신인 돼지열병 항원이 섞여 있었고, 이 백신을 맞은 돼지들은 자가 면역 체계로 인해 돼지열병 항체가 형성 된 것.

제주는 돼지열병과 돼지 오제스키병, 소 브루셀라병 등 3가지 가축전염병에 대한 청정지역 지위를 유지하고 있는 만큼 가축전염병에 대한 백신 접종을 금지하고 있다.

제주도는 백신 프리를 통해 수출에 유리한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만큼 이번 사태가 자칫 돼지열병 지역단위 청정 지위에 구멍이 생기는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는 이유다.

이와 관련 김 과장은 "돼지열병 항체 검출이 전염병에 걸렸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강조하며 "소량의 항체는 일정기간이 지나면 자연 소실되기도 하고, 정밀검사 결과를 지켜봐야겠지만, 항체 검출량도 소량인데다 임상 증상도 없는 등 돼지에서 항원 검출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 양돈농가 지난 2014년 백신사태 재현될까 우려…불안감 커져

하지만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양돈농가들은 불안감을 떨쳐낼 수 없다. 그 이유는 지난 2014년 발생한 백신사태가 재현될까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4년에도 돼지열병 바이러스가 혼합된 돼지단독병 예방백신이 제주에 들어와 농가에 판매가 됐는데,일부 돼지에서 이상 증상이 나타나 이를 역추적 한 결과 돼지단독병 예방백신에 콜레라(현 돼지열병)가 혼입된 백신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돼지열병 항체가 검출된 20여개 농가에서는 어미 돼지들을 도태시켜야 했고, 그 이후 2~3년간 제주도에서 이 같은 피해를 입은 농가는 100개 이상으로 확산되면서 백신 안정성을 두고 농가 불안감이 커지는 이유다.

강명수 대한한돈협회 제주도협회 사무국장은 "10년 전에 백신사태도 지금과 유사했다"며 "그 당시 제주도정의 공무원들이 농가의 대변인 역할을 하지 않아 농가들만 고스란히 피해를 입었고, 아직도 백신 안정화를 시키지 못한 상태라 농가의 불안감은 커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강 국장은 "제주도 방역과는 현 상황을 농가에 적극적으로 알리고 해당 백신을 접종한 농가에서 원한다면 전수조사(채혈 등)을 통해 임상 증상이 없더라도 돼지열병 항원이 있는지를 검사해 농가의 불안을 종식시켜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강 국장은 "녹십자수의약품의 명확한 실수임이 밝혀진만큼 지금이라도 녹십자에 책임있는 자세를 요구해야 하고, 도정의 방향과 발맞춰 예찰 활동 강화는 물론 추후 대처 방안에 대해서도 선제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제주도는 현재 도내 유통 중인 다른 돼지용 백신도 긴급 수거해 추가 오염 여부 등을 확인한다는 방침이지만, 이미 해당 백신을 사용한 농가수도 상당해 앞으로 추가로 확인될 가능성도 높아 이 여파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민영뉴스통신사 국제뉴스/[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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